2011/06/12 02:13

초(민망한) 능력자들: The men who stare at goats (2009) 애기엄마의 영화방_감상




얼마 전에 네이버에서 검색할 일이 있어서 들어가봤는데 참으로 뜬금없이 
조지 클루니와 이완 맥그리거가 주연한 The men who stare at goats가 
올 7월에 한국에서 개봉예정이라며
코메디 영화로서 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이 영화는 참 할말이 많은 영화인데, 일단 몇 가지를 간략하게 적어보고자 한다.ㅎ

1) 2년만에 한국에서 떠오른 영화, 이들의 홍보 전략
 
아래 포스터 문구를 보라 " 우리도 마음만은 엑스맨이다!"ㅎ
아무리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연했다하지만 미국에서 2년전에나 개봉했던 블랙코메디를 
2011년 블럭버스터급 헐리우드 영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와의 비교해주는, 
벌써부터 초민망한 라이벌 의식.ㅎ

내가 영화 홍보 담당자였다면, 저 홍보 문구 혹은 한국판 제목을 지어내면서 
엄청 깔깔대면서 좋아했을 거라는 마음이 든다. 참으로 어울려. 어울려.ㅎ
이 영화의 홍보 담당자님들은 참으로 이 영화에 적합하신 분들이신 것 같다.

그러나! 한국판 제목은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감독이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조금 왜곡될 우려가 있어서
조심스러워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여기 나오는 초능력자들을 
우리들이 세상적인 눈으로 바라봤을 때 
반쯤 정신나간 놈들이거나 말 그대로 민망스러워지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그들을 민망한 것이라 판단하도록 사회적으로 훈련되어진 
우리들이야말로 참으로 빡빡하고 재미없게 인생을 사는 것이기도 하니까.

마음먹기에 따라 우리들은 누구나 초능력자인 것 아니겠는가?!
우리 엄마는 매번 나한테 매직파워가 있다고 말해주는데, 초능력자가 별 거 겠어?ㅎ
긍정적인 마음과 웃음,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는 칭찬 능력 아니겠슈? 흠흠흠. 

여튼 영화는
이렇게 빡빡하게 살다보니 인생의 의미를 잃어버리게 된 저널리스트 Bob(이완맥그리거)으로부터 이 이야기가 시작된다.
밥이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된 Lyn(조지클루니)를 통해 미국 군대의 실제 프로젝트였다는 초능력자 군대
Jedi Project(제다이- 스타워즈에 나오는 선택받은 용사들)에 대해 알아가게 되는 것이 큰 줄거리이다.

제다이라고 하니까, 민망한 느낌이 조금 덜 해보일 수 있는데
생각해보면, 우리들이 누군가를 우연히 만났는데 진지한 얼굴로 우리나라 군대에 비밀리에 
"우뢰맨 프로젝트"가 진행중이었다고 한다면 쫌- 민망하지 않겠어요-?!ㅎ


2) 미국식 블랙 코메디의 한국의 여름 영화판 공략?

재작년에 봤으니, 횟수로는 2년, 시간상으로 거의 1년 반전에 개봉한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는 낄낄대면서 참 재밌게 봤던 영화였다. 

빵빵 터지는 코메디 영화는 아니지만 
블랙코메디 특유의 인간적인 매력이 묻어나는 영화이고

어이가 없어서 웃게 되는 실소, 
현실에 살살 녹아든 유머코드를 찾아내는 쏠쏠한 재미들을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미국식 블랙코메디도 꽤나 "재미지다"며 볼 수 있으리라 감히 확신해본다.

개인적으로 내가 봤던 영화 중에서 꼽아보자면 
"더 로얄 테넌바움"이나 "리틀미스선샤인"이랑 비슷한 느낌인데
이 두 영화를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이 영화도 충분히 즐기면서 보실 수 있을 겁니다.ㅎ


(배우들 이름 잘 못 외우는 내가 봐도 줄줄 나올 수 있는 유명 배우들이 여기 다 모였네. 
기네스 펠트로. 루크윌슨 오웬윌슨. 벤스틸러....-_-..)


근데, "쥬랜더" 혹은 "핫칙"같은 코메디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코메디 영화라고 취급을 못해줄 우려도 있고요. -_- 허허허.

나의 취향이 꽤나 대중적이지 않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그리고 로얄테넌바움, 리틀미스선샤인의 낮은 관객 점유율 또한 고려해볼 때) 
미국식 블랙 코메디가 한국 관객들에게 
더군다나 헐리우드의 블럭버스터와 한국식 호러영화에 파묻히기 쉬운 여름에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 영화가 어필할지는 정말 미지수이다.

사실 미국은 땅덩이가 워낙 넓다보니 몇몇 큰 도시를 제외하고서는
영화관 접근성이 높지 않고 이에 따라 영화표가 워낙 비싸다 보니 DVD의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Netflex라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DVD를 배달받거나 인터넷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데 이 회사 덕분에 (한때) 엄청 큰 Blockbuster라는 프랜차이즈 DVD 대여 회사가 망할 정도이니, 미국인들의 Netflex이용도가 엄청나게 높다는 것을 가늠해볼 수 있겠다.)

그러다보니 본 영화도 영화관보다는, DVD나 인터넷을 통해 배급이 많이 되었을 것 같다.
여튼, 개인적으로 이러한 블랙코메디는 영화관에서 보기보다는 집에서 파자마 바람으로
팝콘이나 핫도그나 만들어 먹으면서 낄낄대면서 보는 게 제 맛이라고 생각한다.ㅎ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영화관의 장대한 스크린과 
귓가에 깔끔하지만 우렁차게 울려퍼지는 영화관의 음향시설이
이 영화에게 관객을 흡입할 수 있는 매력점으로 얼마나 효과를 나타낼지는 잘 모르겠다.

(흑- 그나저나 저도 영화관에도 자주 가고파요..ㅠㅠ 영화표값 좀 그만 올랐으면..)


3) 실화에 바탕한 미국의 군대 이야기

이 영화의 관점 포인트는 Trailer에도 나오지만,  Inspired by a TRUE STORY라는 것이다.ㅎ

아마 실화라는 것을 모르는 채로 영화를 본다면 
그냥 단순한 허구에 불과한 이야기로 보일 것이고 영화에 나오는 많은 부분들이 
그저 감독이나 작가의 무한 상상력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웃음이 만들어지는 포인트는 이러한 황당 무계한 설정들이
실제 미국이라는 현재의 초 강대국이 20여년 전 역사 속에서 실제로 했었던 실화에 근거하고 있음에 있다.

가끔 X-file을 보면서 미국의 속내를 잘 모르겠다, 
그들은 아마 지금도 외계인이랑 다른 나라 몰래 송수신을 하면서 지내거나
초능력자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이러한 초능력자 프로젝트가 이루어졌다는 것, 그리고 그 속내가 어떠한지를 바라보는 것도 참 쏠쏠한 재미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남자들 두 사람 이상 모이면 군대 이야기로 일주일은 그냥 보낼 수 있다고 하는데
이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어쩌면 사람의 마음을 통제하고, 지극히 비현실적인 "군대"라는 집단에 있을지 모르겠다.

나도 아는 오라버니 중에 이야기를 특히나 맛깔스럽게 하시는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의 군대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한 2-3시간은 훌쩍 지나가버리곤 했다.

군대라는 곳은 전쟁이라는 비일상적인 사건이 일상이라는 경계와 맞닿아서
보안이라는 목적을 두고 다수의 마음을 하나로 통제해야만 하는 집단이다.

이와 관련되서 한 두가지 정도의 사회과학적 실험이 생각나는데, 
하나는 솔로몬 애쉬의 사회적 동조 실험(Asch's conformity experiment)이다.

다음과 같은 그림판을 보여주고 
왼쪽의 선이 오른쪽 그림 중 어떤 선과 길이가 똑같은가? 라는 너무나도 답이 확실한 질문이 주었을 때,
모든 사람들이 틀린 대답인 A라고 일관되게 대답한다면 
실험의 실제 참가자가 되는 마지막 사람도 사회적으로 순응하려는 욕구에 의해
A라는 잘못된 대답으로 그룹에 동조하게 되는 사람이 32%라는 높은 비율로 나왔다는 것이다.
 

집단은 이처럼 사회적인 압력을 생산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통제하기도 한다.

나는 이 영화에 나오는 초능력자들이 "초"능력자는 아닐지라도 진실된 능력자라는 것을 믿지만,
초능력이라는 믿기 힘든 영역이 군대라는 집단 압력과 합쳐졌을 때, 
그것이 충분히 진실로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진실왜곡 가능성이 군대에서는 더욱 극대화되는데, 
이것은 Erving Goffman이라는 미국의 사회학자가 
약 50여년 전에 만든 "Total institution(총체적 기관)"이라는 사회적 개념에서 잘 나타내준다.

그는 군대가 아닌 정신병원을 대상으로 연구하면서 총체적 기관의 특징들을 잡아냈는데,
총체적 기관의 특징들은 정신병원. 군대. 수용소. 기숙사 학교 등과 같이 다수의 사람들을
같은 공간 내에서 시공간.물질적.정신적으로 통제하는 환경 내에서 나타난다.

여기에서 커버하기에 그 개념이 포함하는 정보가 워낙 많다보니 
총체적 기관에 대한 설명은 다음에 더 자세하게 하도록 하고. 

일단 군대라는 공간은 총체적 기관으로서 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마음을 극도로 Control할 수 있고
종종 이러한 집단 내부의 규범이나 기준이 외부 환경. 
즉 현실과 일상에 있는 일반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의 초능력자 프로젝트는 군대의 비정상성이 비록 우리 눈에는 민망하지만
그들에게는 능력에 대한 깊은 신념과 동료에 대한 믿음. 
그리고 정신과 마음을 관통하는 일상까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듯 하다.

에휴- 조금 길게 썼더니, 두서없이 줄줄 썼네. 여튼, 결론은 저는 재밌게 잘 봤었어요. ^^;;




부족한 글인데도, 인기글에 등록된다는 건 언제나 감사하고 기쁜일이예요- 
더 겸손해지고 더 멋진 글로 보답해드려야지.오홍홍홍!


덧글

  • 슬픈눈빛 2011/06/12 06:39 #

    오비완 케노비(이완 맥그리거)가 파해치는 제다이 프로젝트라..;;
  • Ren 2011/06/12 07:21 #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것 참, 생각치 못했던 거였는데 정곡을 찌르는 포인트네요!!
  • 부엉부엉 2011/06/16 00:40 #

    저 이영화 무지 재밌게 봤는데, 한국에서는 이제 개봉하네요.
    한국판 제목 재밌긴 하네요. 근데 미국 블랙코미디 영화는 한국사람들이 안 좋아하는것 같아요.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려나 모르겠네요.
  • Ren 2011/06/16 07:47 #

    흥행은 왠지 못할 것 같아요- 워낙 여름에 깨알같은 영화들이 많다보니까요. 이건 정말 영화관보다 집에서 핫도그팝콘. 아니면 라면이나 떡볶이 같은 거 만들어서 빤쓰바람...아니 편한 옷차림으로 침대나 소파에 널부러져서 보기에 좋은 영화이지요.허허허.
  • 칼슈레이 2011/06/16 10:43 #

    한국판 제목 너무 싫어요 ㅜㅜ 완전 최악의 제목... 나름 진지한 영화인데 말이죠. 이거 원본이 되던 당시 연구를 기록한 서적도 흥이롭게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 Ren 2011/06/17 11:54 #

    한국판 제목을 싫어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은 듯해요. 저 개인적으로는 그냥 웃어넘길 만한 제목인데, 아시다시피 염소가 이 영화에서 참 중요한 소재인데, 그것을 빼먹었으니 재미를 쫒다가 중요한 핵심을 놓친 것이 아닌가 라는 영화팬들의 마음에는 1000% 동의합니다. 그야말로 초민망한 제목이 되어버렸지요. ^^;ㅎ

    오오- 이 영화에 관련된 책이 또 있었군요. 그나저나 칼슈레이님, 엑스맨 리뷰보고 정말 책(?)을 많이 읽으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매번 보면서 느끼는 점이 많답니다.
  • 칼슈레이 2011/06/17 13:40 #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매달 책값이...ㅜㅜ 알라딘에서 그나마 나오는 리뷰관련 지원금아니었다면 보충이 안되었을,....;;) 확실히 Ren님 말씀처럼 그쪽 책(코믹스, 만화)도 굉장히 좋아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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